'알레프'는 없다

  층계의  아래쪽 오른편에서 나는 거의 견디기 어려운 광채를 지닌 무지갯빛의 작은 구체 하나를 보았다. 처음에 나는 그것이 빙빙 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잠시 후 나는 그런 움직임이 그 구체 속에 담긴 현기증 날 정도의 광경들 때문에 생겨난 환영이라는 것을 알았다. 알레프의 직경은 2~3센티미터 정도 되는 것 같았지만, 우주의 공간은 전혀 축소되지 않은 채 그 안에 들어 있었다. 각각의 사물(예를 들자면 거울의 유리 표면)은 무한히 많은 사물들이었다. 그것은 내가 우주의 모든 지점들에서 그 사물을 분명하게

우리는 아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이야기해 보자. 지평이라는 이름 아래 세 지평을 공유하는 우리는 누구인가? ‘연구공동체’를 표방하는 우리를 보며, 혹자는 우리가 이어지는 담론의 공박을 치열하게 펴 갈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와 비슷한 이들이 만든 정기간행물이나, 비슷한 이들이 만들었던 ‘글쓰기 모임’을 떠올리며 그와 같은 방식으로 이 공동체가 운영되리라고 예상하기도 할 것이다. 우리는 그런 것이 아니다. ‘연구공동체 지평’이라는 이름 하에 우리가 하려는 작업은 기성 학술지의 방식으로 논증과 토론을 이어가자는 것이 아니며, 그럴 듯한 주제 아래 글을 빼곡히 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