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동함/됨에 맞서 불온을 가동하기

1. 작동함 삶은 작동된다. 살아보려는 발버둥, 살아남으려 애쓰는 그 모든 몸부림을, 삶을 삶 그 자체가 아닌 다른 어떤 것을 위한 것으로 만드는, 그 모든 초월성, 그 모든 욕망과 불안, 두려움을 공급받아 작동한다. 이 작동함이 수많은 작동함들을 끝없이 일깨운다. 작동함은 버벅거리고 고장나고 망가지고 그리하여 멈추기 전까지는 요소화되지 않는다. 무엇이 작동하는가? 말하자면, 작동함에는 주어/주체가 없다. 작동함은 원만함, 원활함이고, 순환에 이은 순환, 결과가 원인을 보증해주는 연속, 더는 ‘원인-결과’의 이원화된 쌍으로 분화되지 않는 흐름의 선들, 그 선들이 겹쳐져 그려내는 모양이다.

'알레프'는 없다

  층계의  아래쪽 오른편에서 나는 거의 견디기 어려운 광채를 지닌 무지갯빛의 작은 구체 하나를 보았다. 처음에 나는 그것이 빙빙 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잠시 후 나는 그런 움직임이 그 구체 속에 담긴 현기증 날 정도의 광경들 때문에 생겨난 환영이라는 것을 알았다. 알레프의 직경은 2~3센티미터 정도 되는 것 같았지만, 우주의 공간은 전혀 축소되지 않은 채 그 안에 들어 있었다. 각각의 사물(예를 들자면 거울의 유리 표면)은 무한히 많은 사물들이었다. 그것은 내가 우주의 모든 지점들에서 그 사물을 분명하게

기억하기-사건에까지 도달하기-자기가 되기

1.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가?”라는 물음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과 겹쳐서 나타난다. 자신과 타인의 기억을 불러내고 그것들을 서로 맞춰보고 증거를 찾아낸다. 내가 스스로 ‘나’라는 말로 불렀던 것이 텅 비어있었다는 것, 이미 오래전부터 막연히 느끼고 있었던 그것을 다시 마주하는 순간은 ‘내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가’에 도달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소포클레스의 이 위대한 비극 작품에서는 그 물음에 대한 답으로 서술 — ‘한 남자가 자신의 친부를 살해하고 친모와 결혼하여 자식을 보았다’ — 이 제시되어있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