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 브라운 아이드 걸스. 2019. 〈원더 우먼〉. 《RE_vive》.
퀴어 공동체는 그러니 중심부로부터 누락되고 밀려난 잔여물들이 퇴적되어 있는 끄트머리가 아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바깥이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 그보다는 ‘보편’의 자리를 독점하고 있는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것, 체험하지 못했던 것을 이미 상상하고 수행하고 있는 ‘너머’이다. 나는 이 ‘너머’의 지위를 퀴어 공동체에 부여하고 싶다.

그리고

─ 천미지. 2019. 《Mother and Lover》.
천미지는 멀리 떨어진 채 신음하던 사라진 것과 금지된 것의 역사를 접속사 and로 간단하게 연결한다. 내가 그 간단함 이후에 덩그러니 남겨진 두 단어의 나열에서 단지 그것에서, 깊고 축축한 슬픔과 그 깊은 공허의 빈자리를 채우려 날뛰는 난폭한 분노를 본다면 이것 역시도 ‘미친 여자’의 환각의 되어 버리고 마는 것일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국경을 넘어 천미지와 백델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도래했다는 것, 그리고 그곳 그 자리에 and가 놓일 수 있었다는 것은 그 환각의 실재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감각하는 이들의 집단적 존재를 바로 지금 여기 2019년의 한국에서 증명한다.

Nature & Creature

─ 새소년. (2017.) 《여름깃》; So!YoON!. (2019.) 《So!YoON!》
구 새소년 멤버들과 함께 만들어 왔던 ‘새소년’의 작품세계에서부터 홀로서기 후 대중에게 보여준 ‘So!YoON!’의 작품세계까지, 황소윤은 짧은 필모그래피만으로 듣는이에게 광활하고 환상적인 시공간을 선보여 왔다. 그의 시공간 속에서 그는 언제나 무한히 순환하는 슬픈 자연의 원리 혹은 현실의 한계에 결박되어 있는 피조물(Creature)임과 ‘동시에’, 환상 세계의 질서를 발명해 내거나 자연의 질서를 삶의 아름다움의 한 형태로 개발해내는 창조적 본성(Nature) 그 자체이다.

A Silent Swirl

─ 백예린. (2019.) 〈Point〉.《Every Letter I sent you》
백예린의 〈Point〉 또한 자신의 연인에게 끊임없이 사랑의 진실을 고백하며, 그 진실 자체가 혼란스럽고 비밀스러운 것이라는 점까지를 고백하는 방식으로, 사랑의 비밀을 보호한다. 그리고 그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연인을, 듣는 이들을 초대한다.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애초부터 숨겨진 적 없었던 투명한 진실이자 마찬가지의 투명함으로 사랑의 공간을 온통 휘젓고 있는 혼란스러운 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