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은 언제 오는지(18.8.23-4)

   나는 요즘 내 눈을 자주 들여다봅니다 그간의 잡담들이 잘 먹고는 사는지 마음이 쓰이거든요 셀 수 없는 술잔과 음악이 있었고 이름도 없는 기분들이 밤마다 태어났습니다 나는 그 모든 것들이 의미가 없다고는 도저히 생각하기 싫구요 아직은 망각과 풍화가 죽음보다 싫군요 소중한 것들이 영원히 정말 절실한 말로 영원히 안녕하기를 바랍니다 기왕이면 제들끼리도 몇 번이든 다시 술판을 벌여 만수무강 번창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말들은 과잉일까요 아니 잡담이라 하겠습니다 어떤가요 여러분은

   안녕하신가요 나는 전혀 안녕하지 못했습니다 안녕하지 못하다고 자주 웃고 떠들었습니다 물론 침울해하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참 좋은 잡담거리 아닙니까 학교에서 거리에서 카페에서 술집에서, 앉아서 서서 혹은 걸어가며 뛰어가며, 감히 말하건대 우리는 모두 안녕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지레 진지해지지는 맙시다 너무 많은 것들이 의미없이 사라졌고 주인 없는 묘지가 유행이 됐습니다 가해자 없는 피해자라는 건 애당초 진지한 말이었답니까 길게도 떨어대는 여진 속에서 우리는 울고 화내고 욕하고 그 와중 안심하고 웃고 떠들기도 했잖아요 그건 정말 묘한 기분이고 나는 아직 자라기를 덜하였는지 잡담만 늘었습니다 대신 더 많은 이유를 수집하게 됐습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소중한 밤들에 안부를 묻기가 찝찝해졌달까 이건 정말이지

   정말이지 진지한 이것이야말로 진지한 일이죠 나는 잡담이 없는 세계에 살고 싶지 않습니다 사람 사는 터에 몇 안 남은 가벼운 일이잖습니까 가라앉는 것들에 함부로 올라타지 않겠다는 이야깁니다 잡담은 온전히 산 자들의 일이고 나는 지금 그 누구보다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다고 감히 말하건대

   잡담이 길었군요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잡담이 길어야 오늘 밤이 안녕하지 않겠습니까 좋습니다 그거 좋은 눈빛입니다 매일을 시시덕거릴 수 있을 좋은 소란입니다 우리 오래오래 살아남읍시다 그래야 더 많은 밤 안주를 씹을 겁니다 이제 다큐나 르뽀보다는 토크 쇼의 시대 나는 덜 다가온 것들을 위해 풍선을 달려 합니다 어쨌거나 부디 잘 먹고 사시길 이따금 심심한 밤이면 소주도 몇 잔 해야 하는데 아직도 붙지 않은 이름들을 도저히 부를 수가 없는 이름들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시시콜콜 살아남아야잖습니까

파상
studien6180@gmail.com

2 thoughts on “태풍은 언제 오는지(18.8.23-4)

  1. 한참도 더 된 글이지만, 이 글을 읽기 위해 종종 기억나지 않는 지평의 주소를 찾아 들어오곤 합니다. 늘 익명의 독자였지만, 문득 듣는 노래와 글이 너무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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