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a Zhang Ke. 2006. 〈Still Life〉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영화를 나의 것으로 만들어 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비평문과 논문의 차이는 무엇일까. 문득, 그리고 너무 뒤늦게 이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 차이는 내가 영화와 얼마나 ‘들러붙어’ 있는가였다. 나는 영화를 나의 기억과 결부시켜본 적이 없다. 오히려 영화는 나와 너무도 유리되어 있었기에, 그 이질성으로부터 오는 깨달음이 내가 영화를 사랑하게 해왔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나와 연결되지 않은 채 진행된 비평은 어떻게 해도 ‘해석’ 이상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나만 영화로 갈 것이 아니라 영화가 나에게 와야 했다. 영화 속 세계가 나의 실재 세계와 얼마나 비슷한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결국 모두, 어떠한 의미로든 ‘인간적’이기 때문에.

영화는 초장부터 3분 가량의 롱테이크이다. 배가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담배를 물고 카드 치는 사람들. 그들은 웃통을 벗고 있다. 술이 오간다. 카메라가 계속 패닝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웃고 떠든다. 카메라의 시선이 막바지에 이르자 주인공이 우울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인서트 이후 연이은 쇼트에서도 카메라는 옆으로 트래킹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강 앞의 난간에 서 있는 것을 보여준 후에야 주인공을 보여준다. 이 두 개의 쇼트를 통해 등장 인물은 단박에 주인공으로서의 특권적 지위를 잃는다. 아니, 처음부터 특권적 지위가 없는 ‘등장 인물’인 것으로 드러난다.

​서사적으로 보면 16년 전 심지어 돈을 주고 사왔던 아내가 딸과 함께 도망갔고, 주인공은 갑자기 그들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왜 이제 와서? 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도 이유를 물어보지 않는다. 물어도 대답해주지 않는다. 그렇게 그는 산샤에서 그들을 기다린다.

강을 끼고 전개되는 〈Still Life〉에서 배는 중요한 모티프이다. 배를 타고 사람들이 온다. 친구가 죽어서 배에 실려 떠난다. 처남이 배에서 잠을 잔다. 되찾은 아내의 선장과 함께 배에서 식사를 한다. 배가 떠다니고, 사람들이 그 위에서 생활하며 떠다닌다.

즉, 이 영화는 ‘부유하는 것’들에 대한 영화이다. 그들이 살아가는 산샤에는 삼협강이 있다. 그리고 강의 이미지는 확인했던 것과 같이 영화 전반에 걸쳐 있다. 삼협 강에 댐을 건설하면서 이제 물은 육지까지 침범한다. 높아질 수위에 수몰될 건물들을 철거한다. 이제 집들이 벽돌들로 부유하기 시작한다. UFO와 로켓이 되어버린 건물은 아예 날아가버렸다.

그들은 떠다니기를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물이 불어나고 수위가 높아진다. 그들은 이제 그들 스스로의 뿌리를 뽑고 부엽식물이 된다. 어찌되었든 그들은 ‘여전히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의식주’라고 말한다. <스틸 라이프> 속 육체노동자들의 의식주는 지극히도 필요한 정도이다. 그들은 팬티 혹은 반바지 차림으로 늘 헐벗어 있으며, 일어선 상태로 대충 먹는다. 영화가 주거 공간을 다루는 방식은 매우 흥미롭다. 앞서 언급했듯이 처남은 일을 하느라 배에서 잔다. 주인공이 머물던 싸구려 여관도 헐려, 그들은 강을 잇는 다리 안으로 들어간다. 그들은 어디에 사는가? 여기에 미장센이 대답한다. 주인공과 다른 인부들이 자기가 사는 곳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이 있다. 그들은 서로가 사는 곳을 설명하며 각각 10위안과 50위안짜리 지폐에 그려진 곳이라며 자부심을 갖는다. 다음 쇼트에서 주인공이 10위안 지폐를 들고 그 풍경과 일치하는 절벽에 서서, 지폐와 풍경을 번갈아 바라본다. 그들은 돈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중국에는, 그리고 〈Still Life〉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있다. 역설적으로 건물들은 이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지 못하고 헐려갈 뿐이다. 그들은 아무리 오래 그곳에 살았어도 떠나야만 한다. 그리고 이 영화 속 사람들의 태도는 우리가 평소에 접해왔던 것들과 다르다. 어떤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재개발이든, 전쟁 때문이든 자신의 정든 집을 포기해야한다. 그는 자신의 주거 공간을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다. 사투를 벌인다. 혹은 관객들로 하여금 연민을 느끼게 한다. 결국 집을 빼앗기고, 그들은 체념하거나 미쳐버린다. 그러나 〈Still Life〉 속 인물들은 그저 부유한다. 그들은 자연스레 떠난다. 주인공은 내가 살던 공간을 부수러 간다. 친분이 있던 여자에게 ‘이 건물 헐러 왔어요.’라고 말할 때 신파적으로 믿고 있던 사람의 배신 같은 무언가를 직조해낼 수도 있지만, 그 둘은 어떠한 미동도 없다. 마지막 시퀀스에서 주인공은 동료 인부들에게 자기가 살던 곳에서의 광부 일은 지금의 철거 일보다 5배나 돈을 많이 준다고 말한다. 그러자 인부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곳을 버리고 그와 함께 떠난다. 물론 그들이 떠나버리는 산샤는 이미 철거 중인 ‘폐허’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그렇게 돈을 버는가? 그들에게는 엄청난 야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타인을 파괴하며 성공하는 댐 같은 야망을 경멸한다. (부유하며) 날아가는 UFO와 함께 갑자기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뀌어 버린 주인공에 의해 관객들은 당황스럽다. 처음에는 본 주인공이 찾아 떠났던 바로 그 아내인가 싶다. 그녀가 찾고 있는 남편이 샨시에서 왔다는 얘기를 들으며 시간대가 다른 연결된 서사인가 의아하게 되지만, 이내 관객은 이것이 독립적인 사건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전체적인 서사의 흐름 자체도 갑자기 부유하기 시작한다. 남편은 2년 전에 갑자기 출가하여 자기 사업에 몰두하여, 도요타를 끌 정도로 성공한다. 그리고 그녀는 마침내 그를 다시 되찾고 이혼하자고 말한다. 헤어짐을 위해 그토록 기다린 것이다. 그리고 아마 이것은 타인들을 수몰시키며 진행되는 개인적 야망에게 고한 작별일 것이다.

다시 영화 전체로 돌아와서 보면 그들이 돈을 벌어 어디에 쓰는지가 나온다. 마치 연극의 막을 나누듯 영화에는 중간중간 단어들이 나온다. Cigarette, Liquor, Tea, Toffee가 그것들이다. 이것들은 모두 기호식품이다. 그들이 의식주를 자발적으로든 강제적으로든 최소한으로 할 수 밖에 없을 때에도 그들의 친구가 되어주는 것들이다. 그들의 삶은 엄청난 야망, 발전, 성공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들의 헐벗은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된다. 야망꾼들이 그들의 성공을 위해 자동차를 타고, 다리에 불을 켜고, 춤을 추고, 유람선을 탈 때, 그들은 담배 한 대와 술 한 잔을 위해 종종걸음으로, 다리를 부수고, 망치를 사정없이 휘두른다. 카메라는 고된 노동으로 지친 육체노동자의 땀나는 시선과 같다.

마치 그들의 삶의 목적은 ‘살아감’에 있는 것 같다. 그들은 희망을 위해 살지 않는다. 주인공은 3000위안을 주고 산 아내와 다시 살기 위해 30000위안을 벌어야 한다. 기껏해야 16년 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한번, 죽어라 일하러 간다. 철거 인부들의 망치질은 마치 쳇바퀴 굴러가듯 크게 원을 그린다.

그들은 연대하는 법을 안다. 그들은 벌레와도 같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철거하고 있다.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이 나타나 여기 저기에 약을 친다. 망치질은 이제 더듬이처럼 움직인다. 그리고 벌레들이 함께한다. 그들은 함께 어우러져 담배를 피고 술을 마신다. 친구는 일을 나가며 토끼 사탕을 나눈다. 친구가 죽고 그는 담배를 돌로 세운 그의 제삿상에 피워 올린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주인공과 되찾은 아내가 어느 고층 건물에서 이미 죽어버린 친구가 좋아하던 토끼 사탕을 나누는 장면이다. 그들의 사랑은 폐건물의 무너짐이라는 극도의 스펙타클에 의해 시선을 빼앗긴다.

그럼에도 가능성은 ‘사람’이다. 아내를 위해 돈을 벌려고 떠난다. 대수롭지 않은 듯 동료들이 함께한다. 줄곧 주인공은 담배와 술은 주변인들에게 나눠준다. 그리고 뒤를 본다. 폐건물들은 여전히 철거되고 있고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그 사이로 누군가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이 외줄타기를 예술이라 한다면, 그리고 영화를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면 그들의 삶이 예술로 승화된다. 그들의 헐어버린 공간은 예술적 공간이 되며, 그들의 ‘위험을 버티기’ , ‘죽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는 예술적 행위가 된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부르주아적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죽음 속에 있기. 위로 이상의 것. 건물의 스펙타클을 정면에서 조롱하는 후경의 조용한 외줄타기.

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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