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공동체 지평L`horizon의 섹션 《’문’을 열다》는 오늘 4월 마지막 목요일을 시작으로 단평 쓰기 프로젝트를 이어 나갑니다. 대상은 당분간은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젊은작가상 등 국내 문학상 수상작들입니다. 주로 소설/시가 될 것이며, 《’문’을 열다》의 두 필진 초하와 파상이 번갈아 글을 씁니다. 정기 발행은 매달 마지막 목요일 16시입니다.

읽고 덧쓰는 독자─소비뿐 아니라 생산하는 독자의 일은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텍스트의 수명은 읽는 순간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텍스트는 고유의 세계랄만한 것을 만들어 내서 독자들에게 기입시키고, 이를 통해 우리의 세계에도 기입됩니다. 그리고 우리의 세계 또한 반대로 텍스트에 어떻게든 기입되어 있습니다. 텍스트는 일방향적인 무엇이 아니며, 시작과 끝이 정해진 무엇도 아니고, 텍스트와 관련된 주체들(세계를 포함하여) 사이를 순환하는 어떤 힘입니다. 어쩌면 텍스트와 인간 그리고 세계는 일종의 해석학적 독법이 필요한 또 하나의 거대한 텍스트일 것입니다. 세계가 완전히 독해될 수 없듯, 텍스트도 한두 번의 독서로 수명을 다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읽고 덧쓰는 일은 그 순환 속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입니다. 텍스트와 세계와 나 사이에 가하고 가해지는 벡터적 힘을 발견하고, 다시 거기에 또다른 힘을 가하는 텍스트를 생산하는 일입니다. 이 모든 게 낭만적인 수사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시간을 좀더 두고 지켜봐야겠지만 말입니다.

국내 문학상 수상작들을 대상으로 정한 건 사실 편협한 시도입니다. 그러나 여기 장점이 하나 있다면, 지금 여기에서 승인/통용되는 텍스트의 ‘좋음’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볼 수 있다는 점이겠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텍스트에는 어떤 힘이 얽혀 있습니다. 어쩌면 수상작을 읽고 덧쓰는 일은 지금 얽혀 있는 힘들의 민낯을, 혹은 새로 도래하고 있는 힘들의 민낯을 만나는 일일 수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는 시야를 넓혀 권위와 장르를 불문하고 더 넓은 곳으로, 혹은 더 사소하고 자세한 곳으로까지 나아감이 옳겠습니다. 그때까지 열심히 읽고 쓸 수 있기를 <‘문’을 열다>의 필진들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부단히 읽고 덧쓸 작정입니다. 지평이라는 공간은 어떤 힘을 가진 텍스트가 될지도 궁금해지네요. 기왕이면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였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찾아오겠습니다.

파상
studien61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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